새벽 네시 반.
불꺼진 방 이불 속에서 노래를 듣고있다 가만가만 따라 불러보기도 한다 왜 새벽에는 모든 소리들이 더 선명해지는 걸까 목소리도 숨소리도 기타선율도. '생각의 여름'은 이 계절에도 여전히 여름공기를 불어다 주는구나
추스를 틈도 없이 또 다시 바람
jo가 그녀의 애인(그녀는 꼭 남자친구가 아닌 애인이라 칭한다)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별다른 리액션이나 감정의 동요 없이 가만히 들어주기만 하는데, 딱 한 번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전화통화로 산울림의 회상을 불러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그 녹음된 내용을 직접 들었을 때, 그의 떨리는 목소리 속 부끄러움과 애인을 향한 마음 사이의 어느 예쁜 감정을 마주했을 때,
나는 내 입술이 뾰족하게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조금 민망하지만
그것은 내가 늘 미래의 남자친구에게 바라던 것이었으니까.
맞다, 판타지다. 예전에 어느 라디오에서 장기하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자주 불러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겼다
(언제 태어날 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내 애인은 너의 의미랑 무지개를 불러줄 거다 찻잔이랑 기대어 잠든 아이처럼도
매일 조를 거다
글을 쓰는 동안 생각의 여름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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