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6, 2015

히사시부리




1.
유럽에 다녀온지 일주일이나 되었는데 오늘에서야 온전히 쉴 수 있었다
그마저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병원 집 병원 집 만 왔다갔다하니 시간 개념이 흐릿해졌다
얼마나 더 이런 생활이 지속될까
오늘은 닭볶음탕을 해 먹고 먹였다 점점 요리왕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갔다와서 하고싶은 일들이 꽤 있었는데 미루어두고 있다
보고싶은 얼굴들이 있다



2.
선우같은 사람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
아무리 고경표의 얼굴을 하고 있어도 싫은 건 싫은 거다
무턱대고 고백해버리고서는 순진한 얼굴로 다 괜찮다고 하면 끝인가
아주아주 이기적인 거다 그건
그거야말로 사람 엄청 불편하게 만드는 일
뭐 보라도 좋다고하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치만 키스해도 되냐고 묻는건 정말 심했다 그런건 묻지 말고 하란말이야 이색기야)



3.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던 일기들을 끝맺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일단은 묵혀두어야지






왜인지
한국에 와서 눈 오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폭설 나리는 풍경이 보고싶다
누가 뭐래도 겨울이 가장 포근하고 조은 계절이다
겨울 공기만큼 설레는 것이 없다

Thursday, October 1, 2015

밀린 일기들

 
 
19일
 
무슨 욕구불만인지
요새 꿈에 남자들이 한트럭씩 등장한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부터 얼굴만 알던 선배, 편의점에 자주오는 손님, 연락이 끊긴 학교 동창에 심지어 엊그제 밤에는 예전 남자친구도 나왔다 오도함은 두번이나 등장했고 그 중 하나는 매우매우 야한 꿈이었다
그리고 엊그제는 권나무 쌤이 나왔다 꿈에 연예인이 등장해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꿈을 꾼 후로 자꾸 밟힌다
언젠가 꼭 공연에 가야지
 
 
 
 
23일
 
머리 자르고 싶다 정말 머리카락이라는 건 인생 최대의 그리고 최악의 난제인 것 같다 오늘은 가방을 사러 서울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가 정말정말로 예쁜 여성분을 보았고 나는 한참 동안이나 그분의 가느다란 목덜미와 그 뒤에 가지런히 자리잡은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뻗친 것 하나 없이 단정하고 아름답게 출렁이는 머리카락들
 
 
 
 
25일
 
코를 하도 풀어서 콧구멍이 다 헐어버릴 지경이다
언제부터인가 목 한쪽도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생강을 다려야 할 때인가보오
아 애증으 계절
 
 
 
26일
 
새우를 능숙하게 잘 발라내는 남자를 만날 것이다
 
 
 
29일
 
여행준비는 느리지만 조금씩 되고 있다. 아르바이트는 조만간 그만둘 것 같고, 교통 예약은 대부분 마쳤다.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경로를 짜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밤에는 요상한 꿈을 꾸었다 유럽에 가는 꿈이었는데 꿈 치고는 아무런 편집도 생략도 절정도 없었다 나는 여행의 그 지루하고도 힘겨운 순간들을 온전히 다 겪었다 아무리 잠을 자고  꿈을 꾸어도 나는 유럽 땅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그 날 밤 전부를 나리타에서 헬싱키 가는 비행기에 오르는데만 다 써버렸다 꿈이라지만 몹시 지쳤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 뻣뻣하게 굳어진 어깨를 펴느라 애를 먹었다
현실은 얼마나 더하려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 전이고 슬기와 나는 좋은 것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걱정거리들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어머니는 여행 중 통화를 매일 할 수 없을테니 사진 찍은 것과 그날의 일기들을 블로그나 sns에 올렸으면 좋겠다며 은근한 '강요'를 했다 하지만 친애하는 나의 가족에게 인스타 계정을 공개하는 부끄러운 사진들이 너무 많고 이 곳은 사적인 이야기들이 한가득이니 결국 여행중에는 임시로 네이버 블로그를 열기로 했다
 
음 내일은 도서관 문을 여는 날
책을 두 권 빌릴 것이다
 
 

Tuesday, September 8, 2015

시시한 날들

 
-Thu.-
 
 
 
캐리어 도착. 헤헤 마음에 든다
보라 이 하얗고 영롱하고 커다란 자태를.
여기에 수화물 벨트를 채우면
 
 
 
이토록
심히 게이스러운 모습이 된다
나 유럽 가서 당당한 asian 레즈비언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Fri.-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모딜리아니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아몬드형 눈도 가느다란 목도 아닌
뱃속의 아이를 밴 채 남편을 따라 자살했다는 잔느의 죽음.
전시회 그림들은 그럭저럭.
 
 
 
'백제 고구려 신라가 서로 손에 넣으려고 싸울 만했다'
라는 수식어가 퍽 와닿는, 요오즘의 한강.
맥주라도 마실 걸 그랬어
 
 
 
 
 
-Sat.-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은희진명창 추모공연
 
 
 
 
심황후가 된 자람언니
판소리를 요만큼도 알지 못하는 나로써는
어디가서 이자람 소리 잘한다는 말을 선뜻 하지 못했는데
그런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 너무 잘하잖아
 
 
 
 
-Sun.-
원당종마목장, 한강 수변
 
 
 
 
 
 
아주 오랜만, 에 종마공원.
 
 
 
 
 

 
가을이라고 신나서 돌아다녔는데
허벅지 뒤쪽에 왕모기 물렸다 
예쁜 원피스를 한 벌 사야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골드빌이 듣고 싶어서 내내 듣고 또 흥얼거렸다
사실 해질녘보다는 깜깜한 밤이 더 어울리는 곡이긴 한데─
찰랑이는 썬파워가 나에게 다다다 오는 기분을 만끽했다

 



+)


 
유스케에 쏜앺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 아침 바로 다운받아 보았다
음 윤성현이 공연 중에 멘트를 잘 하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이제서야.
글쓰는 것과는 다르게 말주변이 없구나
 윤선생의 접신이 생각보다 약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의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은 볼 만 했다

 


 
++) 기다리는 것

1 파블로프의 싱글 - 이럴때가 아냐
2 쏜애플 싱글 - 어려운 달 
3 서너 개 혹은 대여섯 개의 공연들
4 트랜이탈리아의 환불비
5 왜인진 모르겠지만 탑밴드 첫방송
6 검정치마의 3집과 언니네이발관의 6집 은무슨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과연
7 여행날
8 여행날
9 그리고 여행날







 
 

Tuesday, September 1, 2015

까르보나라




으 이탈리안식 영어 뽀큐뽀큐
어릴때 난생 처음으로 피자 주문을 했을 때보다 백만배쯤 더 힘들었다
(사실 뒷부분에는 좀 못알아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오리지날 카르보나라는 먹고싶어!



오늘은 드디어 캐리어를 샀다 살게 아직도 한참 남았다


이제 D-42

Sunday, August 30, 2015

위크-엔드

 
 
 
-월요일
 
먼데이프로젝트, 엪엪, 별양과 파라솔
 
 
 
 
 
 
별양.
 
 
파라솔
 
 
 
 
 
 
 
 
 
-수요일
 
북한산 의상봉, 비 조금
 
 
 
 
 
 
사람이 없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등산 코스
허나 이따금 오지랖 넓은 아저씨들이 던져대는 실없는 소리들에
허허 웃어주어야했다
다음에는 새벽에 올라가 봐야지
 
 
 
 
-토요일
 
상상마당, 붕가붕가레이블쇼
 
 
 
 
 
공연 시작전에 익숙한 노랫말이 들려서 밖으로 나가봤더니
세상에나 솔루션스가 공연중이었다!
신나서 방방 뛰고 싶었는데 내 앞의 사람들은 모두 목석들
아쉽게도 'Jungle in your mind'까지만 듣고 와야했다
 
 
 
그리고 시작
 
 
시작은 별양.
 
 
 
눈뜨고 코베인, 깜악귀
 
 
로다운30
 
 
아마도이자람밴드
선녀같았다 선녀 아이고 고와라
 
 
 
여전한 술탄오브더디스코
파워오브오일의 삼단합체는 너무나도 눈이 부셨다
 
비루한 몸뚱이를 가진 나조차도 땐스땐스하게 만든다
 
 
 
공연 끝
 
 
 
 
달달제당에서 준 기념 쿠키. 가방에 넣어놓았더니 두동강이 나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맛만 있으면 되지 :-)
 
 
 We just need the Sex-Q!!!
계단에 에스큐 찌라시가 있길래 몇 장 집어왔다
 
 
 

Tuesday, August 25, 2015

아 누군가와 하나가 되고 싶어





비가 예쁘게 내려서 별안간 쏜애플 감성이 되었다
아가미 - 백치 - 베란다 - 아지랑이 - 플랑크톤 순으로 듣고 있으려니 기분이 썩 좋다
둥둥둥 하는 베이스 소리에 나도 모르게 숨을 꼭 참았다
축축한 물 속에 잠기는 것만 같아서


그리고







으아 윤성현 노래 참 기가 막히게도 만든다
한번 듣고서도 멜로디가 잊히질 않으니.

'너는 말 뿐이야 나는 좀 깨끗해지고 싶어'
라는 가사를 자꾸만 읊조리고 있다



(그나저나 윤성현의 신내림은 정말이지 점점 더 심해져만 가는 걸.)

Friday, August 14, 2015

 

 
 
1.
 
친구는 그동안 있어왔던 내 짧디 짧은 연애(감정이 생길 수도 있었던 찰나의) 순간들을 듣더니 너는 그냥 음악하는 사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환상을 가지고 있는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는 게 제일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무대 아래로 내려온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조금의 감정도 안 생기기에 그것마저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환상과 현실의 괴리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 정신차려야한다 리로 말대로
 
 
 
2.
 
 
 
참 오래도록 남아있는 안산퍼킹페스티벌의 흔적.
저저번주와 저번주에는 보수적인 부모님의 간섭 아래에서
고분고분 말 잘듣는 정숙한 딸이 된 것처럼 긴바지만 내내 입고 다녔다.
 
안산에 대해서 열거하자면 끝이 없으나 워낙 사람들의 입방아에 많이 올랐으므로
하지 않겠다.
단지
관객과 뮤지션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으며 철저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우리나라 록페스티벌의 문제점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싶다.
 
 
 
3.
트위터에서 '너드미'라는 단어를 새로 배웠다
'nerd'와 '美'의 합성어라는데 내가 그동안 추구해오던 미적 기준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조금 부끄럽다
 
 
4.
 


제일 많이 듣는 노래.

요즈음에는 강박적으로 밝은 노래들을 찾아듣고 있다 이를테면 전기뱀장어라던가 코가손이라던가. 보인키나 후후도 좋다.



달고도 좋은 꿈을 꾸고싶다 오래오래


Sunday, August 2, 2015

제목없음



그대 웃음 소리 가득하던 우리 집에는
이젠 적막만이 남아 조금 심심하고요
선물 받은 난초들이 모두 시들어갈 때
나는 잊지않고 물을 주며 기다립니다


개지 않은 그대 옷을 보고 맘을 달래면
쌓여가는 설거지만 자꾸 눈에 밟히죠
약속대로라면 벌써 돌아오고도 남았죠
괜찮아요 나는 티비랑 제일 친하답니다


아-아-아 음-음-음
아-아-아 예-예-예


사실 잘난 맛에 살다보니 친구도 없어요
그게 나쁜건지 아직 나 잘 모르겠지만
원래대로라면 혼자인게 제일 편한데
이번 주는 뭔가 이상하게 기분이 달라요


아-아-아 음-음-음
아-아-아 예-예-예



선물 받은 난초들이 모두 시들어갈 때
나는 잊지않고 물을 주며 기다립니다





어디 가둬놓고 노래만 쓰게 하고싶다

Friday, July 24, 2015

너의 뒤통수를 쏘고 싶었어, 진심으로









쓰레기 같은 인간들은 홍상수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다.
뉴스에서만 인터넷에서만 보던 일들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일어났다.
가해자들은 나와 알고 지내던, 꽤 똑똑하고 괜찮은 사고를 가지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간들이다. 그것도 글을 쓴다는 인간들.




나는 누구를 미워할 마음이 없는데 자꾸만 혐오하도록 그들 스스로가 부추기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멍청하고,
그들이 눈요기 하기에 알맞은 몸이 아니면 치마도 입어서는 안되며,
사소한 모든 행동은 당신들을 꼬시기 위함이라는 오만하고 방자하고 지랄맞은 사고는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그들을 알고 지낼 때에도 그 근본없는 우월주의가 묘하게 느껴지곤 했었는데
그렇지만 이렇게 찌질하고 대책없이 수면 위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 그들답다 참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 상처 받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 이제는.
일이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어쩔 줄을 모르겠다








문득 <해변의 여인> 속 대사가 생각난다.


 "영화에서 느낀 거랑은 많이 다르시네요. 감독님도 그냥 한국남자들이랑 똑같네요."





Friday, July 10, 2015

티브이를 본다

 
 
 
 1.
오로지
'이수혁'과 '흡혈귀'라는 단어의 조합만으로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져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정말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배우들 투성이에 쓰레기 같은 씨지와 뜬금없는 스토리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괴상한 액션들로 도배된 드라마인데
 
 
 
이수혁이 너무 아름다와서
멈출 수가 없다 
캐스팅 디렉터의 노림수에 당한 것 같아 괜히 분하다
 
 
 
 
 
 
원작을 안 읽어서 '귀'가 어떤 캐릭터인 줄은 모르겠으나
보면 볼수록 '로키'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2.
저번주부터 특집으로 진행된
ebs 스페이스 공감의 <인디 20주년 결정적 순간들, 노래들>을 연달아 보았다.
인디 화석들이 들려주는 홍대 초창기 풍경들과 뒷 이야기들이 이렇게나 꿀잼일 줄이야.
옛날 옛적 할머니가 해주던 전래동화보다 더 재밌다.
피씨통신 시절 뮤지션들의 교류(라고 쓰고 키워질이라 읽는다)와
클럽 드럭의 케케묵은 이야기들,  스트리트 펑크쇼,
첫번째 페스티벌이 태풍에 수몰 되었던 일들까지.

조상님들 사이에 낀 김간지가 신세대(?)마냥 수줍어하며 앉아있는 것은 함정이라면 함정.







Wednesday, July 8, 2015

까만 공기를 마시고 뱉고



1.
누구 때문에

남자들의 손톱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들과 연애할 것도, 섹스할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2.
생각해보며는 나는 어릴 때부터 숨을 꽤 오래 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입을 함부로 열지도 않았구요 철이 든 아이가 되고싶어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그게 더 더 멍청하고 우스워보인다는 것을 왜 나는 몰랐을까요
불쾌하고 냄새나는 대기에 무뎌진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숨을 길게 내뱉어보려해도 주저하고마는 나날들.

차라리 어리숙한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3.
덥고도 외로운 계절입니다 나는 여름이 끔찍하게 싫어요
죽을 것 같은 더위와 냄새와 소음들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뻥 안치고 오늘만 오십번도 넘게 들은 것 같아요
나는 이게 문제입니다
한번 꽂히면 물고 빨고 핥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들으니까요
뿅뿅거리는 전자 사운드가 오늘 밤 꿈에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이왕 나온다면 예쁘게 웃는 나언언니도 나왔으면 좋겠네요)
 
 


Sunday, July 5, 2015

needle in the hay

 
 





"I'm going to kill myself tomorrow."



-
우울해서 <로얄 테넌바움>을 봤는데 더 우울해졌읍니다
하지만 웨스의 세계에서 산다면 모두의 슬픔도 불행도 모두 아름다울 것만 같군요


이럴때가 아냐



나는 밴드걸도 밴드맨도 아닌데 왜 이렇게 혁오가 부러울까.
데뷔한지 일 년도 안된 이 신생밴드가 이정도로 잘될 줄은 몰랐다.
사실 위잉위잉 빼고는 그닥 내 취향도 아니고 
오혁 목소리가 그렇게까지 매력있는 줄도 잘 모르겠다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심지어는 대형 기획사에서 제작한 '기획밴드'가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에이 설마, 싶긴 한데, 그런 말도 안되는 루머가 혹할 때도 있더라.

개인적으로는 술탄이 무한도전과는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잠수와 김간지가 입만 몇번 열어도 분량은 다 가져갈텐데.
한편으로는 록밴드들이 뜰 수 있는 발판이 
무한도전 가요제가 전부인가 싶어서 쓸쓸하기도했다.

여튼 요즘 힙-스터들 사이에서는 가장 힙-한 밴드인 것은 확실하다. 
나는 찌질한 밴드를 좋아하는 쭈글쭈그리니까 뭐.



그리고




오늘의 파블로프, 오늘의 오도함.

내가 사랑하는 뮤지션들 아니 내가 모르는 훈늉한 뮤지션들까지 모두 다 잘됐으면 좋겠다. 
좋은 옷 입고, 외제차 타고, 올림픽주경기장 같은데서 공연하면서 티켓 다 매진되었으면.
최소한 기타줄 끊어지는 것 정도는 아까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거 다 돈이에요' 라고 단편선이 말하는데 겉으로는 웃었지만 짠했다




전리품.



Wednesday, July 1, 2015

소년

 
 
 
그러니까 이건 꽤 수치스러운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이성에 대한 취향이 확고하다고 믿어온 나로써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편의점에 찾아오는 수많은 소년소녀들 가운데 하나인 그는 무리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정말 딱 이런 느낌이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 나오는 하스미 유이치! 예쁘고 (이보다는 조금 까무잡잡하지만)하얗고 작고. 이런 말하면 변태 같겠지만 정말이지 보자마자 헉, 했으니 말이다.
 
변명 아닌 자기 변명을 해보자면 내가 학창시절에 좋아하던 남자아이들은 늘 이런 스타일이긴 했다. 음, 말하자면 머릿 속에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소년의 이미지를 만들어놓고는 거기에 부합하는 아이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조금은 유약하고, 허여멀건하고, 호리호리하며, 내가 바보같은 단어들만 골라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 때면 씩─ 하고 자상하게 웃어주는. 말주변은 없지만 말을 할 때는 다정하고 진중한, 그런 아이들 말이다.
 
얼마 전 <클레르의 무릎> 속 '제롬'을 보며 그의 찌질함과 변태성을 한껏 흉 봤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꼴이 딱 그 모양이다. 물론 나는 그 소년의 무릎을 갈망하진 않지만... 그래도 무릎 대신 갈색머리칼이 붕붕 뻗친 그 그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번쯤 쓰다듬고 싶으니까.
 
오늘, 거의 세 달 가까이 보지 못했던 소년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성장기 나이대답게 어느 새 키가 부쩍 자라있었고, 조금 더 가무잡잡해졌고, 변성기도 온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소년과 같은 또래의 소녀였다면 퍽 많이 좋아했을 것이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 오고, 순식간에 지나면 어느새 또 훌쩍 커져있겠지. 내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자라 남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 나이대 애들이란 원래 그렇게 허락도 없이 야금야금 자라곤 하니까. 
그러면 나는 어떨까.
무탈하게 자라주어 기뻐야 할까. 찰나의 시절이 끝난 것에 안타까워해야 할까.
뭐, 아무 상관도 없는 알바생 누나 따위가 무슨 권리가 있겠냐마는─
 
 

Monday, June 22, 2015

모두 추락해서 지구를 박살내자

 
 
 
여태껏 갔던 너트 공연 중 가장 길었고, 더웠고, 습했고, 
미쳐있었던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이지 몇몇 무대들은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라이브가 희귀한 '만성피로'와 '묘비명' '로즈뱅'은
똑똑히 머릿속에 남겨두었다는 것.
가장 최애곡인 '펑크걸'과 '순이 우주로' 또한.
 
정말정말 좋았다, 라는 것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이 참 애석하다
  
앵콜 때의 '다죽자'는 시간이 아주 흘러도 영영 잊지 못할 것만 같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 소년 같았던 캡틴도 (하지만 엉덩이는 이제 그만 드러내세요),
당최 그 긴 시간 동안의 무대를 어떻게 감당해내는 건지 신기할 정도로 마른 박윤식과 그의 가느다란 손목도,
양주를 쉴새없이 퍼부어마셔대던 족귁 아즈씨도,
말을 버벅거리며 씩 웃던 이상혁도,
일주일 뒤에 뺄 거라며 수줍게 드러내보이던 이상면의 뱃살도, 
만취한 채로 캡틴의 머리에 맥주를 쏟아붓던 갤익의 이주현과 박종현 또한. 
 
공연이 모두 끝나고 멤버들이 모두 무대 가장자리까지 나와
일일이 팬들의 손을 잡아주고 인사를 해주었다.
그 눈빛들은 몹시 따뜻했고,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스물두살 여자애에게 퍽 많은 영향을 끼쳤던 8여년의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간 공연을 가지 않아 근질근질했던 배가 싸아아, 하고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뜻밖의 수확.
국텐이 부르는 '말달리자'는 정말 의외의 귀호강이었다.
이들도 언젠가 이십주년이 되어 기념 공연을 하겠지
 
 
 
p.s
 


우리 모두 '입닥치고 펑크록!'

핀버튼이 주렁주렁 달린 가방은 보기만해도 마음이 풍요로와진다
몇몇 밴드의 것만 더 추가하면 여한이 없겠는걸─


p.s 2

캡틴이 어제 오늘 셋리스트가 '존나' 다를 거라고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오늘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유원지의 밤' '뜨거운 안녕' '개가 말하네' 를 했다고.
진즉에 양일 예매 안 한 과거의 나를 탓해야지 어쩌겠나.
속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