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1, 2015

소년

 
 
 
그러니까 이건 꽤 수치스러운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이성에 대한 취향이 확고하다고 믿어온 나로써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편의점에 찾아오는 수많은 소년소녀들 가운데 하나인 그는 무리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정말 딱 이런 느낌이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 나오는 하스미 유이치! 예쁘고 (이보다는 조금 까무잡잡하지만)하얗고 작고. 이런 말하면 변태 같겠지만 정말이지 보자마자 헉, 했으니 말이다.
 
변명 아닌 자기 변명을 해보자면 내가 학창시절에 좋아하던 남자아이들은 늘 이런 스타일이긴 했다. 음, 말하자면 머릿 속에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소년의 이미지를 만들어놓고는 거기에 부합하는 아이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조금은 유약하고, 허여멀건하고, 호리호리하며, 내가 바보같은 단어들만 골라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 때면 씩─ 하고 자상하게 웃어주는. 말주변은 없지만 말을 할 때는 다정하고 진중한, 그런 아이들 말이다.
 
얼마 전 <클레르의 무릎> 속 '제롬'을 보며 그의 찌질함과 변태성을 한껏 흉 봤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꼴이 딱 그 모양이다. 물론 나는 그 소년의 무릎을 갈망하진 않지만... 그래도 무릎 대신 갈색머리칼이 붕붕 뻗친 그 그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번쯤 쓰다듬고 싶으니까.
 
오늘, 거의 세 달 가까이 보지 못했던 소년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성장기 나이대답게 어느 새 키가 부쩍 자라있었고, 조금 더 가무잡잡해졌고, 변성기도 온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소년과 같은 또래의 소녀였다면 퍽 많이 좋아했을 것이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 오고, 순식간에 지나면 어느새 또 훌쩍 커져있겠지. 내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자라 남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 나이대 애들이란 원래 그렇게 허락도 없이 야금야금 자라곤 하니까. 
그러면 나는 어떨까.
무탈하게 자라주어 기뻐야 할까. 찰나의 시절이 끝난 것에 안타까워해야 할까.
뭐, 아무 상관도 없는 알바생 누나 따위가 무슨 권리가 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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