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29, 2014

꿈에도 다시는 시작되지 못할



1.
어제부터 머리가 몹시 아프다

2.
지금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같은 앨범 같은 트랙들만 빙빙 반복하고 있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어쩜 하나도 빼먹을 것 없이 다 좋지 크라잉넛 5집이랑 언니네이발관 5집 검정치마1,2집
이후로 (우리나라 앨범은) 처음이다 내가 콩깍지인건지 이사람들이 미친건지.


어린시절 처음으로 국카스텐 노래를 들었을 때는
사운드가정말끝내준다고생각했다사이키델릭한음악은생전처음이었고
그긁는듯한시원시원한고음하며막귀지만기타리프와베이스도황홀하다고느꼈다
다만가사는,그가사들은받아들이기가정말로힘이들었다
어려운것은둘째치고중2스러움이며허세스러움을감당하기란.
그시절나는사람들,특히남자들의허세를극도로질색했기때문에
(지금도그습성이조금남아있긴하다)
그들의노랫말은그저뭔가치기어리고패기가득한,
뭔가'이상'스러움을지향하지만미숙한소년의것이라고밖에느껴지지않았다
하현우가생각했던것보다똑똑하고생각이깊다는것은나중에야알게됐다
내공없이는나올수없는가사라는것을그당시에는잘몰랐던것이다

그래도지금은다익숙해졌다
이제와생각하는거지만그들의노래는
오히려그런난해하고뒤틀린가사가어울린다는생각이들기도한다
(하지만여전히 '기쁨을 마셔버린 붉은 천사' 라던가 '박제가 된 구원'이라던가
'유배 당해버린 젊은 사랑'같은가사들은들을때마다움찔거리곤한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국텐 가사 특유의 중2중2한 감성은 많이 덜어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나는 적응 되서 그 랭보스러움도(ㅋㅋ) 큐비즘적인것도(ㅋㅋ) 좋았지만,
처음에는 진짜 별로다고 생각했거든

많이 단단해지고 여유로와진 것 같다
목소리는 깨끗하고 연주는 환상이고 사운드는 훨씬 다양하고.
무엇보다도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져서 참 반갑다.
그들은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없다는 것도 증명해주었다.

아래는 '저글링'의 가사.


아슬하게 머리 위에 떠 있는 건 
다른 곳을 볼 수 없게 
최면을 건 에피그람(epigram)
위태롭게 두 손을 지나가는 건
쉬지 않고 놀아나는 
지팡일 짚은 볼리션(volition)

도망갈 수 없어 이 궤적 밖으로
팔다리가 바뀐 낯 뜨거운 
고난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네

돌고 돌아 가질 수 없는 권리는 
두 손을 벗어나 다시(또) 다시
속고 속는 이 기가 막힌 묘기는 
믿거나 말거나 할 것 없이 다시(또) 다시

아슬하게 머리 위에 떠 있는 건
수없이 마주쳐 오는 
변덕스러운 미라지(mirage)
위태롭게 두 손을 지나가는 건 
얼굴을 가리고 있는 
수상쩍은 피델리티(fidelity)

도망갈 수 없어 이 궤적 밖으로
팔다리가 바뀐 낯 뜨거운 고난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네

돌고 돌아 가질 수 없는 권리는 
두 손을 벗어나 다시(또) 다시
속고 속는 이 기가 막힌 묘기는 
돌아 돌아 다시 다시
던지고 버리고 뱉어 봐도 다시(또) 다시


괜히 어려워보이는 영어 단어 쓰고 괄호치고 스펠링 적은게 너무 귀엽다
마치 '너희 이런 단어 모르지? 응? 나 똑똑하지?' 하고 과시하는 초등학생 같다
careless를 캘러리스라고 읽었으면서.

이번 노래들은 영어가사 틀린 부분이 없다는 게 괜히 아쉽다
하지만 발음은,



3.
인터파크에서 앨범을 샀더니 팬사인회 이벤트가 있어서 신청했다. 당첨 문자가 왔다.
그리하여 어제는 팬사인회에 갔다왔다.
그래도 팬이랍시고 갔는데 인사만하고 끝내기에는 아쉬워서 질문도 했다.

-저 궁금한 거 있는데요
-뭔데요?
-미늘 마지막부분에요
-네
-그 부분 백워드마스킹이에요?
-네 맞아요
-어, 그런데 거꾸로 돌렸더니 아무것도 안나오던데요
-그게 백워드마스킹 한 걸 음원 추출해서 한 번 더 한거예요.....(선생님 혹은 약장수처럼 설명 시작)... 그래서 돌려도 무슨 가산지 못알아들으실 거예요.
-아..(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고개 끄덕끄덕)
-근데 그걸 '또' 직접 돌려봤어요?

옆에서 김기범은 무슨 프로그램을 썼냐며 신기해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열혈빠순이가 된것만 같아 괜히 민망해졌다.
저 그런사람 아닙니다, 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러기도 전에 하현우가 악수를 건네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원래가사는 뭔질 물어보지 못했네. 이런 멍청이.




 
 
 
 
*1000장만 발매한 특별판 한정앨범이 네시간 만에 매진됐다. 나는 발매한 그 날 그 시간부터 소식을 알고 있었다. 살까말까 수십번도 넘게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단지 돈이 없어서 사지 않았던 거다. 그랬을 뿐이다. 그런데 막상 일반판과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커피 한잔 정도의 차이랄까. 몹시 억울해서 잠도 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는 건데 사는 건데!
 

 **이번 앨범으로 인해 하현우는 부정할 수 없이 천재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하현우는 Frank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Frank>를 처음 봤을 때도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하현우였다. 둘은 묘하게 닮았다. 다만 어느 누가 조금 '덜' 미쳤을 뿐이지. 난 평생 존이겠지 나도 프랭크이고 싶은데.
어쨌든 I love you all-

***그런데 과연 이들은 라디오헤드 귀싸대기를 때린걸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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