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적 친구 S에게서 연락이 왔다 거의 반년만이었다
나는 정말 친하지 않고서는, 혹은 어떤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내 인맥이 좁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다른 동창들과는 연락이 거의 끊겼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아이는 계속 연락이 닿고있다
사실 제일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둘다 야구를 좋아했고 특히 두산베어스를 좋아했기 때문에
같이 야구장도 다니고 그랬던게 전부였다.
어울리는 그룹도 달랐고 이후에는 반도 달랐다.
그럼에도 S는 다른 또래 여자애들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특별한 기류 같은 것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좀 민감한 것이라 여겼지만.
나중에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여러가지로.
S는 늘 애틋하다. 통화를 할 때면 수화기 너머로
여름날 잠실 야구장의 공기와, 함께 불태우던 그 응원들과,
철부지였던 우리들의 대화와, 입 꼬리가 한쪽만 슬쩍 올라가던 S의 미소와,
뭐 그런 것들이 전해져온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2
스무 살이 넘고 나서부터는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느낄 때가 있다
시쳇말로 현실자각? 현타? 라고 하던데.
그런 느낌들은 정말이지 별안간 찾아온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컸던 충격은
티비에 나보다 어린 연예인들이 등장했을 때도 아니고
군인 아저씨들이 실은 아저씨도 삼촌도 오빠도 아닌 친구였다는 걸 알았을 때도 아니었다.
바로
나보다 어린 야구선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구오년생 야구선수들이
버젓이 그라운드에 올라와서는 놀랍게도 멋진 플레이를 펼쳤을 때.
나는 야구선수들은 당연하게도
항상 나보다 오빠일 거라고만 생각해왔다
오빠들은 삼촌이 되어가고 삼촌들은 은퇴를 한다
생각해보니 오재원이 서른이다
이천칠년도의 그 신인선수가 이제 주장이 되었다니.
그런데 왜 서글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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