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7, 2016

오랜만이야




오 개월만이네. 
나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별다를 것 없는 일들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잘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힘든. 

개강하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버거움 뿐이었고 
하루라도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니까 정신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차라리 나은 걸까. 내가 뭘하면서 사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모를테지.

간만에 과거 블로그 글들을 죽 읽어내려가 보았다. 재밌더라.
유럽 가기 전의 나는 퍽 행복했나보다.
얼마 전에는 사진 정리를 하다가 유럽 여행에서의 것들도 다시 보았다. 
그 중에 딱 작년 이맘때 쯤 찍었던 사진을 찾았는데
사진을 보자마자, 별안간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리 고달파도, 죽을 것 같아도, 
마음의 풍요를 포기하지 않게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내일은 부산에 간다

소설을 쓰고 있다

Wednesday, May 25, 2016

미안




이런 감정 느껴서 미안해. 너와 나눌 수 있는 말들은 늘 소모적인 것들뿐이라. 너와의 대화는 목적도 재미도 없지. 우리는 의미도 에너지도 없는 단어들만 목구멍 안에 품고 있는 걸까. 무의미함의 유희조차도 없는. 부스러기부스러기. 나는 네 벌어진 입이 싫어.
 
나는 늘 멍청한 여자가 되기를 두려워 해.
이건 나의 병

Tuesday, May 17, 2016

아무것도아니야



벌써 종강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즐거이 살고 싶다
무어라도 해야지 암 무어라도

내일모레에는 자체휴강을 하고 수원에 가기로 했다
수원화성이랑 이곳저곳 둘러봐야지
홍상수 투어가 될 것 같다
왜인지 영화를 다시 보려고 다운받고 있다

요즘 영화를 보면 계속 눈물이 주룩주룩 난다
슬픈 영화도 아니었는데
행복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나를 더 뾰족하게 찌르는 것 같아

Wednesday, April 6, 2016

misogyny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
http://m.huffpost.com/kr/entry/7457378

개저씨는 죽어야 한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 '여군특집'은 여성의 패배를 원한다

Wednesday, March 9, 2016

그날 바람은 유난히 습기가 많아서

 
 
그렇게 안산충이 되어가고 있다
 
 


 
이사 후 처음으로 나간 서울 나들이
폭설을 맞으며 칵스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홍대로 향했다
눈이 쏟아져 퍽 예뻐보이던 중앙역
 


 
자취 첫 날의 첫 음식
 
 
 



 
 
이렇게 나름 료리도 만들어먹으며 잘 살고 있읍니다
둘이 먹기에는 상이 너무 작지만
이제는 적응해서 새로 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
 
다음에는 고추장찌개를 끓여볼 예정
 


 
주말에 세희언니 공연보고 승화랑 슬기랑 중앙동 갔다가 삼치기 갔다
광창과 졸업생? 혹은 재학생?이라던 사장님은 엄청 친절하셨고
음식도 훌륭하였으나 너무 비싸
 


 
홈플러스 갔다 돌아오는 길의 안산천은 이렇게 퍽 예쁘기도 하구요
날 풀리면 자전거 타고 다녀야지
 

 
벽이 너무 허전해서 이렇게 엽서도 붙여놓았다
캐롤과 김사월, 뭉크의 키스와 J가 선물해준 제나 할러웨이 엽서.
 
한데 모아보니 꼭 레즈비언이 된 것 같기도
 



 
처음으로 수강신청을 실패했었는데
다행히 성공적으로 정정했다 아 시간표 예쁘다
 
 
 
+
 
 
요즘 내 삶의 낙
임시완 이후로 이렇게 잘생기고 젊은(어린) 남자를 좋아해보는 것이
처음인지라 기쁘다
 
이렇게 드라마가 무섭습니다
 
 
 
내 삶의 낙2
둘 덕분에 생전 안보던 뮤뱅을 챙겨보고 있다
이 안무에 뿅 반했다 문스타랑 휘인 넘 예쁘다
 
 
 
내 삶의 낙3(.......)
 



 
2/29
플래시플러드달링스: "우와, 되게 거시기하다(웃음) 제 남자친구, 너무 고마워. I love you Chris!
'별'은 제가 커밍아웃한 이야기를 만든 곡이예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가 동성애자인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더럽고, 이상한 거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절대로 그런거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 누군가 그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더 힘이 났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린 퀴어분들께 이야기하고 싶어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보다가 플플달의 수상소감이 너무 예쁘고 좋아서, 그리고 그 미소가 예뻐서 적어두었다
퀴어가 아님에도 힘이 솟았다
 
 
 
3/1
말갛고 나른한 얼굴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3/3
자취방의 벽은 습자지마냥 얇아서 연기과 사람들이 뮤지컬 넘버 부르는 소리와 피아노 뚱땅거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
나도 이따금 노래를 크게 부르고 싶지만,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잠시동안만 흥얼거리는 것이 전부일 뿐
 
 
3/4
날이 너무 좋아 이사킥을 듣지 않고서는 못배기겠다는 마음
 
 
3/7
자존감이 높고, 책을 아주 많이 읽고, 예쁜 단어들을 골라 엮어 만든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3/9
시나리오도 희곡도 드라마도 재미없다
 
 
 
 
 

Tuesday, March 1, 2016

젊은 여자



-세상에 예쁜 여자가 너무도 많다
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열차에 올랐다
 
 
충무로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여자를 보았다 무릎이 조금 넘는 기장의 스커트를 입고, 허리께가 파인 갈색 롱코트에 예쁜 단화를 신고 있었다. 목을 두어번 감은 회색 머플러는 골반 아래로 내려왔다 가죽 클러치백을 든 손 위로 단정히 정리한 손톱이 눈에 띄었다 조금 어두운 갈색의 머리칼이 어깨 위로 흩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콧망울이 맑았다 아주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콧대였다 알맞은 색의 검정 스타킹이 다리를 감고 있었다
 
블로그도 그러하지만 관음하는 트위터의 계정들이 몇몇 있다 물론 텀블러도 마찬가지지만. 굳이 필터를 끼우거나 보정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맨 얼굴들, 사진들. 애쓰고 고민하지 않아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쏟아지는 담백하고 예쁜 문장들, 맘에 드는 상념들. 봄이 온다거나 비가 내린다거나 하는 별거 아닌 조잘거림임에도, 그저 예뻐서 오래도록 눈에 담아두곤 한다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그들을  '홍상수 영화에 나올법한 여자'라는 명칭으로 묘사한다.  <우리 선희>의 정유미라던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정은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김민희를 떠올리게 하는. 이를테면 풀꽃같은.
 
나는 화장하지 않은 맨 눈을 부끄러워하며 이마에 난 작은 뾰루지를 부끄러워하며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름다운 그 여자를 훔쳐봤다 어딘가 쓸쓸하지만 사려깊어보이는 눈빛을, 냉랭하지만 누구도 함부로 대할 것 같지 않은 표정을 조금 조금 더 오래 바라볼 수 없음에 아쉬워하며 끝끝내 열차에 오르고 말았다
 
 

Friday, February 26, 2016

실망하는 일밖에 없다 요즘에는



아침 라디오를 듣다가 열이 올라서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귀를 믿을 수 없었지만 다시 틀어서 듣고 싶지는 않았다
내뱉는 단어 하나에 문장 하나에 듣는 나조차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는데 당사자 본인은 오죽했을까 말솜씨가 유려한 사람도 능숙하게 받아칠 재간이 있는 사람도 아닌 것을 알기에 짧은 침묵의 순간이 몹시 더디게만 느껴졌다 다른 게스트들조차 어색하고도 당혹스런 웃음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일로 실망하게 되는 게 너무 싫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애정, 존경심, 다른 사람들과 차별해두고있던 마음 모두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이 상황이.
아, 저 나이대 기성세대의 남성이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은 딱 그정도구나. 아무리 당신이라고해도. 내가 당신을 너무나도 과대평가하고 있었구나.
어쩌면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 노래를 재생할 때마다 웬 꼰대할아버지가,
그가 내뱉은 단어가, 문장이 자꾸만 떠오를 것이다





Sunday, February 7, 2016

외로운것이 외로운거지

 
 
 
 






애매한 것을 외우다보면 외로운 것도 애매해지지 않을까. 세개의 점이 하나의 직선 위에 있지 않고 면을 이루는 평면은 하나 존재하고 유일하다. 애매한 것을 멍하게 외우며 떨어지는 모습이란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거나 아름답지 않다거나 봐줄 누군가도 없으므로 아름답지 않은 채로 떨어진다.





에브리띵을 들으면서 몹시 행복에 겨워하는
내 스스로에게 분해져서 반복재생을 멈추었다
이백칠십하고도아홉번 들었다 씨디를 합치면 삼백이 넘었을까
황정은을 읽다 눈물이 났다
도무지


외롭다 라는 말을 연애하고 싶다 라는
가볍고도 시시한 말로 치환해서 뱉어내곤 했다
농담처럼 들리기를 바랐다 청승처럼 보이길 바랐다
누군가를 마주본다고 해소되는 것도 옅어지는 것도 아닌 마음이었다



Saturday, February 6, 2016

유감




누군가의 말마따나
뮤지션과 그 사람 자체의 인격은 분리해서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잘 안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디 씬에서 소위 '병크'라고 불리는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긴다.
별별 일들이 다 있다 정말

뭐 밴드맨들 트위터만 훑어도 정 떨어질 때가 많지만서도 다 제쳐놓는다 치고
무대에서만큼은 지들이 추구하는 쿨하고 멋진 모습들만 보여주었으면 좋겠는데
그것마저도 어려운 일인가보다

그들 특유의 솔직함과 거리없음이 이제는 독이라고 느껴진다
음원만 찾아 듣고 공연에는 가지 않아야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는 생각이 들면서도 라이브를 보고싶다는 생각은 멈추질 않는 것이다

Friday, January 29, 2016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




그래요. 한시간 반째 듣고 있습니다


Antifreeze가 빙하기, 세상의 끝에서 부르는 사랑노래라면
Everything은 한 여름의 사랑노래랄까요
하지만 눈이 소복하게 쌓인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들어도 퍽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무렴 어떤가요
사랑이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이 사랑인걸요

Hollywood에서 갓 피어오르던 사랑의 감정이 이제는 완전히 무르익었어요
비유로 가득하던 노랫말은 이제 꽤나 직접적인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입을 맞추고,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사랑한다고 속삭입니다.



나른하고 몽롱한 사운드와 조휴일의 뭉개지는 발음을 가만히 듣고있노라면
별안간 가슴 한구석에서 몽글몽글하고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막 사랑이 시작되던 어느 날처럼
그래서 노래를 듣는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질 않는 걸까요
몸이 붕붕 뜨는 것만 같은 걸까요

얼굴조차 모르지만 사랑하는, 아니 앞으로 사랑하게 될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이 노래를 듣고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Sunday, January 17, 2016

가난한 사람들




며칠씩 티비만 봐요 사람이 싫어졌어요
알맹이만 쏙 빼 먹고 지들 갈 길 가지요
나 같은 호로자식도 그렇게는 살지 않아요
이런 게 인간살이면 예수님 저를 데려가세요
밥 많이 먹고 열심히 일 잘해 보너스 퇴직금 받아
차 조심하고 꼼꼼히 저축해 마흔 되면 이민 갈래요
주장할 사람 거기 누구 없소 나는 이제 그만할라요
미국 이민가 파도나 타며 금발 아가씨 만날거니까
진우 녀석은 김신애랑 찬율이랑 며칠전에 왔다갔다오
상민이 놈은 맨체스터에 뿌려졌다는 얘길 들었소
케이시 맥키버 자기네 고향에서 대단한 글쟁이 되어
가발 사업이 어쩌구저쩌구 가끔 신제품 가발 보내요
스티브 놈은 해운대에다 근사한 카지노 하구요
민호 녀석은 커밍아웃해 훈무랑 결혼해 잘 삽니다
막내 창완이 얼마 전에 딸 낳아 징징짜며 전화왔구요
같이 징징짜는 내게 범어사 최대미녀
가지를 맛있게 볶아줬어요
우리 무조건 행복하자구요
우리 무조건 행복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