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27, 2015

별일없이산다




잘살고있읍니다
 
나의 존재가 흐릿해지는 것만 같을 때도 있지만은 공연도 보고 야구도 보고 미술관도 다니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읍니다
아르바이트는 여전히 몹시 따분하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요
다행히 매장 노래 바꾸는 법을 습득하게 되었읍니다 하물며 잠자기 전 침대 머리 맡에서조차 떠오르던 노랫말들은 이제 다 잊어버렸읍니다 

기타를 잘치는 녀성이 되고 싶습니다





하아

Thursday, April 23, 2015

늘어가는 짜증



알바를 하면서 제일 짜증나는 건 점주님의 잔소리도 아니고 시재점검도 아니고 반말하는 손님들도 아니고, 바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게의 노래들이다. 더구나 내 취향도 아닌 달다구리 말랑말랑 감성 백프로의 노래들을 수도 없이 들으려니 남는건 짜증 뿐이다 으, 노동 중에 이런 노래 딱 질색이다 게다가 가사들은 어쩜 그렇게들 청승맞고 가벼운지. 우리 연애할까, 오늘은 고백할거야, 내 마음엔 그대뿐, 봄인데 사랑하고 싶어라, 와 같은 그저 그렇고 진부하고 따분한 이야기들. 입 밖으로 쏟아내고 싶은 말이 그것 밖에 없을까.


요오즘은 이자람 만큼이나 김사월이 좋다


머리 자르고 싶다 잘라야 한다
머리칼이 목덜미에 뒤덮이는 걸 도무지 견디지 못하겠다 갈피를 못잡고 이리저리 뻗치는 머리카락도. 톰보이 같은 머리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걸 보면 아직 숏컷병이 다 안 나았나 보다
그래도 잘 참고 있다




Rolling Stones - Around and Around (1964)









사랑스러운 믹 재거.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



Sunday, April 19, 2015

믿음

 
 
 
아빠는 삼 개월 이상 가는 것이 아니라면 여행을 보내주지 않을 거라 말했다.
 
한 달 반에서 최대 두 달을 생각했던 나로써는 다소 당황스러운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로는 그 정도로 오래 갔다올 만큼 여행 자금을 모을 수 없다고 했더니 돈 문제는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면 얼마든지 하고, 유학도 갔다오고 싶으면 고민하지 말고 가라고. 자신의 인생이 이제 점점 풀려가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세 섞인 말투에 웃음이 났지만,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또 기분이 썩 좋기도 했고.
술 기운 때문인지, 혹은 당신의 딸이 겪게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의기양양해 있던 아빠.
 
 
 
요즘 학원이 잘되는지 표정이 밝아 보인다.
두 달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원생이 서른 명이 넘었다. 학원의 ㅎ자도 모르는 나로써는 그게 어느 정도인 건지 잘 가늠하지 못하겠지만, 여느 학원들에 비해서 꽤 빠른 속도로 모이고 있는 것이라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별별 학생들과 별별 학부모들이 참으로 많다. 정말 영화나 소설에서 볼 법한 이야기들. 아빠는 거의 정신과 의사 수준으로 그들을 상담해준다. 내가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이 사람 참 괜찮은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걸'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아빠가 내리는 처방은 별 거 없다. 학부모들에게 한 마디 하는 것 뿐이다. 본인 아이를 좀 믿으라고. 믿고 지켜보라고.
 
 
그는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데 (나뿐만아니라동생이나다른사람들에게도마찬가지겠지만) 지금 가장 생각나는 건 중3 때다. 당시 나는 엄마와 담임 선생님의 압박으로 예고 진학의 반대에 부딪쳤는데, 모든 이야기를 들은 아빠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자기는 내가 당장 축구선수를 하겠다고 해도 지지할 거라고. 그러니 주변이든 부모든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뭐, 지금 생각하면 극히 사소한 일이고 별 것 아닌 말이었지만 그 말이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막막하고 깜깜한 방 안에서, 짧은 전화 통화가 얼마나 안도감을 주던지.
 
 
그리고
부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서야 깨닫는다. 
 

Thursday, April 16, 2015

너희 예쁜 배는 내일을 낳지 못하겠구나

 
 


사월이라기엔 너무 가혹한 날씨, 공기.
몇 번의 봄을 더 견뎌내야 할 지 가늠 할 수 없어 두렵다
 
세월호 이야기를 꺼내면 노란리본을 달면 종북좌빨이 되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있다
더럽고 추한 어른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보다도 끔찍한 건 내가 그런 '어른'들에 동조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침묵은 묵인이자 동조니까
침묵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고싶다 내가 선 편에 떳떳해질 수 있는
 
숨을 쉬는 것 마저 미안한 나날들이다
 
 

Thursday, April 9, 2015

세기의 밀당남

 
 

 
 
열두시 땡,
치자 마자 유튜브부터 들어가 당신의 노래를 찾아듣는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이 지릿지릿 떨려오는 나는,
진정 빠수니가 맞나보다
 
신스 팝이라니, 조금 당혹스럽긴 하지만
여전히 좋다. 몹시.
 
 
한가지 고백하자면 그럼에도
씨디는 안 샀다.
이천 장 한정이라며 달랑 노래 한 곡 들어 있는 씨디를
오천원 넘는 가격에 판매하다니.
괘씸해.
 
 
 
가사 보니까 이번에도 Liz 이야기인 것 같다.
'밟고 있는 땅이 꺼질 것 같아' '녹아 없어질 걸요' 등의 가사는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도 등장한 부분이고,
'붉은 머리칼'은 의심할 여지 없이 Liz다.
이쯤되면 정말로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진다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리즈의 회상부분)
 
 
이미 유부남이라지만 만약 조휴일과 연애를 한다면
나는 '수퍼수퍼수퍼수퍼' 을 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면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잖아.



Tuesday, April 7, 2015

탐독가이고싶은 적독가



고등학교 시절 어느 선배가 농담조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등단을 해서 작가가 되진 못할지언정 적어도 '고급독자'가 될 순 있을 거야. 

그리고 지금, 나는 고급독자마저 되지 못한다.
적독(積讀)가라 미안해요





 
 
읽어야 할 책이 이렇게 산더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