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19, 2015

근황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시간이 너어무 안 간다. 아무래도 바쁘기보단 한산하기를 바라긴 했지만 이건 좀 심했다. 사장님 눈치가 보일 정도로 손님이 없다. 동사무소에 하루종일 처박혀 등본이나 증명서 따위를 떼어주는 말단공무원이 된 기분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모두의 선망이자 반듯한 직업이기라도 하지. 시급 육천원의, 그것도 큰 가게에서 동료 하나 없이 홀로 일하는 알바생은 쓸쓸하다.
 
가게에서는 주간, 일간, 실시간 음악차트의 노래들을 반복적으로 틀어댄다. 덕분에 '썸'이나 '벚꽃좀비엔딩' 등을 나도 모르게 따라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머리가 아프다. 해서 아아아아주 가끔 언발관이나 장얼의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급 좋아져 날아갈 것 같다. 와 내가 이렇게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니.
 
그래도 휴학하니까 삶이 더 의욕적으로 변한 것 같다. 여행준비는 늘 설렌다.
 
어제는 J랑 집 근처에 있는 카페 '고이재'에 갔다. 분위기도 아늑하고 조명도 어둑해서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정말이지 문창과 사람들이 매우 좋아할 것 같은, 그래서 글을 한줄이라도 쓰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것 같은 인테리어의 카페였다. 사장님은 예술 관련 학문을 전공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옆 테이블의 여자들은 '등단'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문학 토론을 해댔다.
왠지 책도 평소보다 술술 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J는 유월에 군대에 간다. 지하철 공익근무 요원이란다. 복에 겨운 줄 알아야한다고 나는 농담섞인 어투로 말했지만 J의 표정은 다 죽어갔다. 우리는 문학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와, 시 스터디와 각자의 아르바이트, 요즘 듣는 음악, 꼰대가 되어가는 것, 일인출판사 같은 것들에 대해 두서 없고 하릴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는 J가 군대에 가기 전에 괜히 너랑 어떻게 해볼 심산인게 아니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소오름 돋을 듯.
 



내일은 가시사과의 콘서트날이다. 한승찬의 자작곡을 들을 수 있는 날임과 동시에 그의 마지막 활동 날이라니.
애정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밴드의 멤버탈퇴와 교체는 늘 씁쓸하다 최근에 로펀 일도 그렇고.


그리고 모레에는 고대하고 고대하던 '위플래쉬'를 볼 거다.
얼른 주말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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