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를 보고 교훈을 얻고, 감명을 받고, 자기계발서라도 되는 듯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관객들이 많다는 것에 꽤 놀랐다. 피나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 열정이 천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영화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는데. 대체 어떤 장면에서 그런 포인트를 찾아낸 거지. 피 묻은 드럼스틱?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무대로 올라와 드럼을 연주하는 앤드류의 모습? '그만하면 됐어'처럼 잔인한 말은 없다는 플레쳐의 대사? 아니면 조 존스가 찰리파커의 머리를 향해 심벌즈를 던졌다는 일화?
관람하는 내내 이토록 기가 빨렸던 영화는 참 오랜만이었다. 플레쳐와 앤드류의 비틀린 열정과 광기가 자꾸만 숨통을 죄어왔다. 마지막 십분은 경이롭고, 장엄하고, 동시에 너무 빨라서 눈을 뗄 수도 귀를 닫을 수도 없었다. 말그대로 '초'집중 상태였던 것 같다. 관객들의 박수소리마저 들리지 않던 그 장면이란. <블랙스완>이 떠오른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I was perpect." 이 영화 역시.
영화 이후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했다. 앤드류의 광기가 본격적으로 봉인 해제 된 이후.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동시에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직감할 순 있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한 것도 없는데 너무 힘들어서 오랫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
탈진이었다 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