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25, 2015

실력이 없으면 락밴드 드러머나 하겠지

 
 
<위플래쉬>를 보고 교훈을 얻고, 감명을 받고, 자기계발서라도 되는 듯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관객들이 많다는 것에 꽤 놀랐다. 피나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 열정이 천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영화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는데. 대체 어떤 장면에서 그런 포인트를 찾아낸 거지. 피 묻은 드럼스틱?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무대로 올라와 드럼을 연주하는 앤드류의 모습? '그만하면 됐어'처럼 잔인한 말은 없다는 플레쳐의 대사? 아니면 조 존스가 찰리파커의 머리를 향해 심벌즈를 던졌다는 일화?
 
 
관람하는 내내 이토록 기가 빨렸던 영화는 참 오랜만이었다. 플레쳐와 앤드류의 비틀린 열정과 광기가 자꾸만 숨통을 죄어왔다. 마지막 십분은 경이롭고, 장엄하고, 동시에 너무 빨라서 눈을 뗄 수도 귀를 닫을 수도 없었다. 말그대로 '초'집중 상태였던 것 같다. 관객들의 박수소리마저 들리지 않던 그 장면이란.  <블랙스완>이 떠오른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I was perpect." 이 영화 역시.
영화 이후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했다. 앤드류의 광기가 본격적으로 봉인 해제 된 이후.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동시에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직감할 순 있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한 것도 없는데 너무 힘들어서 오랫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
탈진이었다 탈진

Monday, March 23, 2015

거짓말




 
 
 
 
진심
조휴일 명치랑 뒷통수 세게 때리고 싶다

싸우자
이 구라쟁이야 코나 겁나게 길어져라


Saturday, March 21, 2015

차는 숨을 내쉬며 살아있어






그 수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빠 살앙해여!
오빠 머싯써여!
오빠 보고싶었어여!
를 시도때도 없이 외치는 건 좀 심하지 않았나
 마음같아서는 소녀들의 등짝을 세게 후려갈긴 후 '왜, 아주 결혼이라도 하지 그러니' 하며 비꼬아주고싶었다 그런 말들은 아이돌 콘서트에나 가서 하라고, 자기야.
극혐, 이라는 단어는 이럴때 쓰는 건가 보다

그리고 흡사 무당같았던 윤성현
자기자신의 섹시함을 한껏 어필하기 위해 혈안이 된 그의 몸짓과 눈풀린 표정은 다소 부담스러웠다 
오글거림과 비식비식 튀어나오는 조소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한승찬과 심재현을 더 열심히 쳐다보았다
나는 아직 머글에 가깝나 보다 다행히도.

그럼에도 라이브는 몹시 좋았다 음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윤성현의 흐느적거림을 다 이해해줄수 있을 만큼.

아지랑이, 물가의 라이온, 매미는 비가 와도 운다는 오늘의 best




Thursday, March 19, 2015

근황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시간이 너어무 안 간다. 아무래도 바쁘기보단 한산하기를 바라긴 했지만 이건 좀 심했다. 사장님 눈치가 보일 정도로 손님이 없다. 동사무소에 하루종일 처박혀 등본이나 증명서 따위를 떼어주는 말단공무원이 된 기분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모두의 선망이자 반듯한 직업이기라도 하지. 시급 육천원의, 그것도 큰 가게에서 동료 하나 없이 홀로 일하는 알바생은 쓸쓸하다.
 
가게에서는 주간, 일간, 실시간 음악차트의 노래들을 반복적으로 틀어댄다. 덕분에 '썸'이나 '벚꽃좀비엔딩' 등을 나도 모르게 따라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머리가 아프다. 해서 아아아아주 가끔 언발관이나 장얼의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급 좋아져 날아갈 것 같다. 와 내가 이렇게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니.
 
그래도 휴학하니까 삶이 더 의욕적으로 변한 것 같다. 여행준비는 늘 설렌다.
 
어제는 J랑 집 근처에 있는 카페 '고이재'에 갔다. 분위기도 아늑하고 조명도 어둑해서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정말이지 문창과 사람들이 매우 좋아할 것 같은, 그래서 글을 한줄이라도 쓰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것 같은 인테리어의 카페였다. 사장님은 예술 관련 학문을 전공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옆 테이블의 여자들은 '등단'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문학 토론을 해댔다.
왠지 책도 평소보다 술술 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J는 유월에 군대에 간다. 지하철 공익근무 요원이란다. 복에 겨운 줄 알아야한다고 나는 농담섞인 어투로 말했지만 J의 표정은 다 죽어갔다. 우리는 문학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와, 시 스터디와 각자의 아르바이트, 요즘 듣는 음악, 꼰대가 되어가는 것, 일인출판사 같은 것들에 대해 두서 없고 하릴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는 J가 군대에 가기 전에 괜히 너랑 어떻게 해볼 심산인게 아니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소오름 돋을 듯.
 



내일은 가시사과의 콘서트날이다. 한승찬의 자작곡을 들을 수 있는 날임과 동시에 그의 마지막 활동 날이라니.
애정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밴드의 멤버탈퇴와 교체는 늘 씁쓸하다 최근에 로펀 일도 그렇고.


그리고 모레에는 고대하고 고대하던 '위플래쉬'를 볼 거다.
얼른 주말이 왔으면-



Friday, March 13, 2015

fling






플링 매력 없다는 말 완전히 취소다 
괜한 질투에 부린 심술이었다는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컬 박동의 얼빠(?)가 되어버렸다 자그마한 체구에 독특한 목소리에 흰 얼굴에 다소 무뚝뚝한 말투까지. 여성팬들 여럿 생성하기에 그만인 캐릭터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귀여워' '어떡해'하는 여성들의 탄성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오늘 쇼케이스에 갈까말까 한참 고민했었는데 역시 백번이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려 250장 한정의 ep앨범도 득템했다

Wednesday, March 11, 2015

무료 공연과 락의 부활



"좋은 공연을 헐값에 팝니다."

1호선 지하철을 이용할 때면 늘 잡상인 한 두명 쯤은 마주치게 된다. 그네들은 허리띠나 이어폰, 본드 등을 높이 쳐들고 큰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한다. '신사숙녀 여러분! 아주 좋은 물건을 값싸게 드리겠습니다.' 잡상인들의 긴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매우 좋은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한 번 써보시라고 '싼 값'에 팔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객실 내에서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판매되는 물건은 결국 그 값어치 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 여긴다.

케이블 TV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밴드가 학교 축제에 '무료 출연'을 하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록의 부활'과 '건강한 축제문화'를 위해서라는데, 어째 반응들이 영 시원치않다. '록'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역 밴드 뮤지션들 중 다수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클래식의 대중화'에 '무료 공연 (혹은 저렴한 비용의 공연)'이 어느정도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방법론을 '밴드의 대중화'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알다시피 오케스트라와 같은 클래식 공연의 경우 관람료가 저렴하지 않다. '비싼 비용'이라는 장벽 때문에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 클래식이 그동안 '고급문화'로 치부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밴드 공연의 경우 사정이 아주 다르다. 5천원 대 공연부터 3만원 대 공연까지 있고, 보통 1-2만원 대가 일반적으로 형성된 가격대다. 그러니 가격을 낮춰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씬과 합의되지 않은 '가격 후려치기'는 밴드 문화를 지하철 잡상인이 팔아재끼는 '싸구려'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저런 것을 다 떠나서, 문화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료로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으니 더 좋은 것이 아니겠냐 묻는 사람들도 더러 있겠다. 글쎄, 문화계에서까지 '치킨 게임'이 횡행한다면, 결국 '무료 공연'을 하러 갈 차비조차 없는 신인 밴드들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그러면 결국 밴드씬에서 '신선함'을 찾아보기는 어렵게 될 것이 자명하다. 문화 소비자들도 마침내는 '무료 공연'을 서포트 해줄 수 있을만한 기획사에 소속된 밴드의 공연만 볼 수 있게 되니, 결론적으로는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본인들의 몸값을 낮춰 '을(乙)'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덕분에 다른 밴드 뮤지션들은 '수퍼을(乙)'이 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홍대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밴드들도 음원 수익만으로는 교통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운 판이다. 공연비로 받는 금액 역시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씬을 지키며 '밴드맨'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누가 '부활'시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에 와서 정말로 '록의 부활'이 필요하다면, 그건 기획사의 자본력에 기댄 밴드가 아니라 밴드 씬의 최전방에서 치열하게 버티고 있는 인디밴드들이 주축이 되어 움직여야 할 일이다.

몇 년 전, 해당 밴드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보여서 참 좋았었다. 본인들이 '투잡'을 뛰면서도 음악을 계속 하려 했던 그 열정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과거의 자신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마이너 밴드들의 마음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입맛이 씁쓸하다.






어느 분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글


it's alive and young




그전에 알바하던 곳이 행복했음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그를 꽤 많이 그리고 깊이 좋아했었구나.






어딘가 정신 놓을만한 구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친 인간들이 부럽다



요즘 혁오와 더불어 제일 부러운 미친놈들이다
어리고, 세련되었고 전혀 한국스럽지도 않다 무엇보다 음악도 좋잖아
이건 반칙이야 세상에는 반칙왕 투성이

뭐, 그래서 매력은 없다 조금도  (흥 칫 퉷)


Wednesday, March 4, 2015

내가 앓았던



몸살 감기에 걸렸다 덕분에 어제 밤부터 열일곱시간 넘게 꼼짝않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전기장판의 온도를 아무리 올려도 몸은 으슬으슬 떨린다 하늘은 핑핑 돌고 꿈에 나오는 노래들은 귀를 자꾸 때려대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뭐지 나 마조히스트인가.

몸이 가뿐해지면 가장 먼저 더운 물로 목욕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