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24, 2015
너의 뒤통수를 쏘고 싶었어, 진심으로
쓰레기 같은 인간들은 홍상수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다.
뉴스에서만 인터넷에서만 보던 일들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일어났다.
가해자들은 나와 알고 지내던, 꽤 똑똑하고 괜찮은 사고를 가지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간들이다. 그것도 글을 쓴다는 인간들.
나는 누구를 미워할 마음이 없는데 자꾸만 혐오하도록 그들 스스로가 부추기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멍청하고,
그들이 눈요기 하기에 알맞은 몸이 아니면 치마도 입어서는 안되며,
사소한 모든 행동은 당신들을 꼬시기 위함이라는 오만하고 방자하고 지랄맞은 사고는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그들을 알고 지낼 때에도 그 근본없는 우월주의가 묘하게 느껴지곤 했었는데
그렇지만 이렇게 찌질하고 대책없이 수면 위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 그들답다 참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 상처 받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 이제는.
일이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어쩔 줄을 모르겠다
문득 <해변의 여인> 속 대사가 생각난다.
"영화에서 느낀 거랑은 많이 다르시네요. 감독님도 그냥 한국남자들이랑 똑같네요."
Friday, July 10, 2015
티브이를 본다
1.
오로지
'이수혁'과 '흡혈귀'라는 단어의 조합만으로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져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정말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배우들 투성이에 쓰레기 같은 씨지와 뜬금없는 스토리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괴상한 액션들로 도배된 드라마인데
이수혁이 너무 아름다와서
멈출 수가 없다
캐스팅 디렉터의 노림수에 당한 것 같아 괜히 분하다
원작을 안 읽어서 '귀'가 어떤 캐릭터인 줄은 모르겠으나
보면 볼수록 '로키'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2.
저번주부터 특집으로 진행된
ebs 스페이스 공감의 <인디 20주년 결정적 순간들, 노래들>을 연달아 보았다.
인디 화석들이 들려주는 홍대 초창기 풍경들과 뒷 이야기들이 이렇게나 꿀잼일 줄이야.
옛날 옛적 할머니가 해주던 전래동화보다 더 재밌다.
피씨통신 시절 뮤지션들의 교류(라고 쓰고 키워질이라 읽는다)와
클럽 드럭의 케케묵은 이야기들, 스트리트 펑크쇼,
첫번째 페스티벌이 태풍에 수몰 되었던 일들까지.
조상님들 사이에 낀 김간지가 신세대(?)마냥 수줍어하며 앉아있는 것은 함정이라면 함정.
Wednesday, July 8, 2015
까만 공기를 마시고 뱉고
1.
누구 때문에
남자들의 손톱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들과 연애할 것도, 섹스할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2.
생각해보며는 나는 어릴 때부터 숨을 꽤 오래 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입을 함부로 열지도 않았구요 철이 든 아이가 되고싶어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그게 더 더 멍청하고 우스워보인다는 것을 왜 나는 몰랐을까요
불쾌하고 냄새나는 대기에 무뎌진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숨을 길게 내뱉어보려해도 주저하고마는 나날들.
차라리 어리숙한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3.
덥고도 외로운 계절입니다 나는 여름이 끔찍하게 싫어요
죽을 것 같은 더위와 냄새와 소음들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뻥 안치고 오늘만 오십번도 넘게 들은 것 같아요
나는 이게 문제입니다
한번 꽂히면 물고 빨고 핥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들으니까요
뿅뿅거리는 전자 사운드가 오늘 밤 꿈에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이왕 나온다면 예쁘게 웃는 나언언니도 나왔으면 좋겠네요)
Sunday, July 5, 2015
needle in the hay
"I'm going to kill myself tomorrow."
-
우울해서 <로얄 테넌바움>을 봤는데 더 우울해졌읍니다
하지만 웨스의 세계에서 산다면 모두의 슬픔도 불행도 모두 아름다울 것만 같군요
이럴때가 아냐
나는 밴드걸도 밴드맨도 아닌데 왜 이렇게 혁오가 부러울까.
데뷔한지 일 년도 안된 이 신생밴드가 이정도로 잘될 줄은 몰랐다.
사실 위잉위잉 빼고는 그닥 내 취향도 아니고
오혁 목소리가 그렇게까지 매력있는 줄도 잘 모르겠다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심지어는 대형 기획사에서 제작한 '기획밴드'가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에이 설마, 싶긴 한데, 그런 말도 안되는 루머가 혹할 때도 있더라.
개인적으로는 술탄이 무한도전과는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잠수와 김간지가 입만 몇번 열어도 분량은 다 가져갈텐데.
한편으로는 록밴드들이 뜰 수 있는 발판이
무한도전 가요제가 전부인가 싶어서 쓸쓸하기도했다.
여튼 요즘 힙-스터들 사이에서는 가장 힙-한 밴드인 것은 확실하다.
나는 찌질한 밴드를 좋아하는 쭈글쭈그리니까 뭐.
그리고
오늘의 파블로프, 오늘의 오도함.
내가 사랑하는 뮤지션들 아니 내가 모르는 훈늉한 뮤지션들까지 모두 다 잘됐으면 좋겠다.
좋은 옷 입고, 외제차 타고, 올림픽주경기장 같은데서 공연하면서 티켓 다 매진되었으면.
최소한 기타줄 끊어지는 것 정도는 아까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거 다 돈이에요' 라고 단편선이 말하는데 겉으로는 웃었지만 짠했다
전리품.
Wednesday, July 1, 2015
소년
그러니까 이건 꽤 수치스러운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이성에 대한 취향이 확고하다고 믿어온 나로써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편의점에 찾아오는 수많은 소년소녀들 가운데 하나인 그는 무리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정말 딱 이런 느낌이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 나오는 하스미 유이치! 예쁘고 (이보다는 조금 까무잡잡하지만)하얗고 작고. 이런 말하면 변태 같겠지만 정말이지 보자마자 헉, 했으니 말이다.
변명 아닌 자기 변명을 해보자면 내가 학창시절에 좋아하던 남자아이들은 늘 이런 스타일이긴 했다. 음, 말하자면 머릿 속에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소년의 이미지를 만들어놓고는 거기에 부합하는 아이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조금은 유약하고, 허여멀건하고, 호리호리하며, 내가 바보같은 단어들만 골라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 때면 씩─ 하고 자상하게 웃어주는. 말주변은 없지만 말을 할 때는 다정하고 진중한, 그런 아이들 말이다.
얼마 전 <클레르의 무릎> 속 '제롬'을 보며 그의 찌질함과 변태성을 한껏 흉 봤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꼴이 딱 그 모양이다. 물론 나는 그 소년의 무릎을 갈망하진 않지만... 그래도 무릎 대신 갈색머리칼이 붕붕 뻗친 그 그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번쯤 쓰다듬고 싶으니까.
오늘, 거의 세 달 가까이 보지 못했던 소년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성장기 나이대답게 어느 새 키가 부쩍 자라있었고, 조금 더 가무잡잡해졌고, 변성기도 온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소년과 같은 또래의 소녀였다면 퍽 많이 좋아했을 것이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 오고, 순식간에 지나면 어느새 또 훌쩍 커져있겠지. 내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자라 남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 나이대 애들이란 원래 그렇게 허락도 없이 야금야금 자라곤 하니까.
그러면 나는 어떨까.
무탈하게 자라주어 기뻐야 할까. 찰나의 시절이 끝난 것에 안타까워해야 할까.
뭐, 아무 상관도 없는 알바생 누나 따위가 무슨 권리가 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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