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20, 2014

이 순간마저도 때론 그리울거야




오랜만에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중학생 백일장 결과가 올라와 있었다.

수상자 명단과 학교, 수상작과 심사평을 천천히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네이버에 몇 번의 검색을 하자, 백일장에 갔다온 그 설렘 가득한 후기와
상을 받고 또 받지 못한 아이들의 글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꼭 문창과 지망생들은 그렇게 블로그들을 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이 귀엽고 또 우습고 또 예뻤다.

돌이켜보면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남들과 다를 것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았다.
새벽의 백일장 고속버스와, 상을 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미묘한 기류,
'하기 싫어 쓰기 싫어'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달마다 컴퓨터실에 가서 좀비처럼 글을 썼던 일,
엽서시 문학공모와 백일장 참가신청서, 소인유효 우편.
실기시간에 땡땡이치고 덕이동과 대화역을 쏘다녔던 우리들,
분양이 거의 되지 않던 창 밖의 신동아 아파트,
여름만 되면 끔찍하게 진동하던 밤꽃나무 냄새.
그리고.

아마 나는 
남자들이 틈만 나면 군대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틈만 나면 학창시절 이야기를 늘어놓을 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할 거라며 예고에 갈 거라며 깝죽대던 중학생이었다. 
벌써 오년 전 일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런 생활도 사람들도 공기도 그리워하겠지.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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