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30, 2014

내가 얼마만큼 풋사과를 좋아하는지 아마 알게되면 모두 깜짝 놀랄 거예요


2014.9.28









이 날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꿀꿀했는지.
수많은 연인들 때문이었나 혹은 
버스킹을 하던 누군가의 처절한 목소리 때문이었나.
그렇지만 교수님 작품은 역시 좋았다. 
비참하고 서글픈 내용을 그토록 해학적으로 풀어내다니.



*
친구들과 '섹시'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가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섹시함을 공개하자 
그게 가장 어려운 단계라고 누군가 핀잔을 주었다
내가 썼던 첫번째 소설은 나의 리비도를 드러냈던 거라며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요즘에는 인스타 사진들 훔쳐보는 재미로 산다


Saturday, September 27, 2014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2014.9.27



태어나서 처음으로 평양냉면을 먹어봤다 
전라도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입맛에 안맞을 거라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다. 아침도 거르고, 
내가 알고 있던 냉면 맛은 잊어야한다고, 
자극적인 맛은 절대절대 기대하지 말자고 자기 최면도 걸었다. 
의정부에 있는 '평양면옥'이었다. 
그런데 웬걸! 정말로 맛있었다 밍밍하고 삼삼하고 또 은근한 맛.
왜 그렇게 생각이 난다는지 알 것 같다.
이렇게 은근한 음식들은 오래오래 맛보고 싶은 매력이 있나 보다
이를테면 우리 엄마가 해주는 만두처럼. 
아, 또 침 넘어간다


쌍문역을 지나가면서 '쌍문영화동호회' 노래를 들었다 기분이 묘했다
괜히 우스워서 혼자 킥킥거렸다
TDCC 내한 또 했으면 좋겠다


처음으로 가 본 SPAF.
<노란벽지>라는 영국 연출가의 작품을 보았는데 신선했다.
'라이브 시네마 퍼포먼스'라는 다소 생소한 형식이었는데
영상과 연극의 혼재가 이런식으로도 구현될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굉장히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이 짜인 느낌이랄까. 이야기도 강렬했다. 
다만 의문이 들었던 것은, 
이걸 굳이 무대 위에 표현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는가 했던 점. 
연극이라기 보다는 그저 즉흥성과 현장성이 강조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보이던 혜화동. 사람이 조금만 적었으면 좋았을텐데.

Thursday, September 25, 2014

내 기타는 건들지 말아줘, 아가씨



내가 훔쳐보는 사람들의 블로그가 있다.
이를테면 요조와, 조휴일과, 이석원과, 이동진과
음 또 누가 있더라

언니네 이발관 공식사이트에도 일기장이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무려 2001년부터 시작되는 일기다

그런데 언니네 이발관 사이트에 올라오는 일기와
이석원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이 너무 달라서
조금 멘붕이다
그의 이미지에 금이 가려고 할 것 같은데 꾹꾹 참고있다.
날이 선 문장들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순화를 거치지 않은 표현들도.
이를테면 ㅎㅈㅇ의 글이라던가.

그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나는 글 쓰는 남자는
이상하게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더이상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
아무래도 똑똑한 사람이 싫은건가, 아니 단지 동족 혐오인가
조휴일은 음악하는 여자가 징그럽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나도 마찬가지인거야, 라고 결론 짓기로 했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은 안 만날거야.
예전에 무슨 대화를 하다가 이 말을 고등학교 동창 J에게 했던 적이 있다
나는 한참 까먹고 있다가
집 근처 카페 알바생이 잘생겼다는 시답잖은 말을 했는데
J가 '그 사람한테 가서 글 쓰냐고 물어봐' 라며
농담조지만 꽤 퉁명스러운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내 대사를 마음에 담아두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언짢게 생각했다는 것이 의아하기도 했고.
갑자기 미안해지네

오늘도 빙빙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 글을 훔쳐보고 있다

*나는 요조의 글이 제일 좋다. 참 예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읽고 있노라면 든든해지는 기분.

Saturday, September 20, 2014

이 순간마저도 때론 그리울거야




오랜만에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중학생 백일장 결과가 올라와 있었다.

수상자 명단과 학교, 수상작과 심사평을 천천히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네이버에 몇 번의 검색을 하자, 백일장에 갔다온 그 설렘 가득한 후기와
상을 받고 또 받지 못한 아이들의 글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꼭 문창과 지망생들은 그렇게 블로그들을 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이 귀엽고 또 우습고 또 예뻤다.

돌이켜보면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남들과 다를 것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았다.
새벽의 백일장 고속버스와, 상을 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미묘한 기류,
'하기 싫어 쓰기 싫어'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달마다 컴퓨터실에 가서 좀비처럼 글을 썼던 일,
엽서시 문학공모와 백일장 참가신청서, 소인유효 우편.
실기시간에 땡땡이치고 덕이동과 대화역을 쏘다녔던 우리들,
분양이 거의 되지 않던 창 밖의 신동아 아파트,
여름만 되면 끔찍하게 진동하던 밤꽃나무 냄새.
그리고.

아마 나는 
남자들이 틈만 나면 군대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틈만 나면 학창시절 이야기를 늘어놓을 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할 거라며 예고에 갈 거라며 깝죽대던 중학생이었다. 
벌써 오년 전 일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런 생활도 사람들도 공기도 그리워하겠지.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으니까, 말이다.


Friday, September 19, 2014

가을인데 한여름 햇살이 불어오는구나


2014.9.19




처음이자 테스트처럼 해보는 포스팅. 

오늘은 의미 없지만 기분 좋은 외출을 했다.
오랜만에 파주에 가니 모든 게 다 예뻐보였다.
막상 그곳에 살면 또 마음에 안들겠지만.

가을이다. 살색스타킹의 계절. 콧물과 재채기의 계절.
그리고 원서접수의 계절.  

1학기 때와 다르게 요즘 학교에 갈 때마다 
자꾸만 설레고 두근두근거려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곱씹어보니 수시 철이어서 그런 것이었다.  
작년도 재작년도 늘 이 시기에 학교를 찾아갔으니까. 

곧있으면 헌내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