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16, 2015

다섯 명의 요술왕자


 
 
요즘 귀가 물리도록 듣는 음악
 
 
김사월x김해원 [비밀]
혁오 - 위잉위잉
술탄오브더디스코(전체)
웁스나이스 - 민들레
크랜필드 - 파랗네
김창완밴드 [용서]
장기하와 얼굴들 - 새해복


특정 레이블을 편애하는 것도 한 곳에 쏠린 취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붕가붕가레코드'는 애정하는 밴드들이 퍽 많은 편이다. 이 레이블의 매력은 소속가수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은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게 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붕가붕가라는 레이블 이름처럼, 혹은 뮤지션들의 기나긴 이름처럼 이곳에서 생산되는 음악들도 다소 괴이하고 골때린다는 것 정도가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뭐 하여튼 아마도이자람밴드와 아침은 아주아주 사랑하는 밴드고, 불쏘클과 눈뜨고코베인과 김대중과 생각의 여름은 이따금 생각 날 때 종종 찾아듣는 편이다. 지금은 소속이 아니지만 장얼과 브콜너도 좋아했다. 
개중 제일 뒤로 밀려나있던 밴드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였다. 터번을 쓰고 유니폼을 맞춰입은 채 춤을 추는 댄스그룹이라니. 디스코 리듬은 생경했고, 율동 수준의 춤은 우스웠다. '압둘라'나 '핫산' 같은 멤버들의 이름과 디스코로 한국을 점령하기 위해 중동에서 왔다는 설정은 또 뭔가. 나는 단지 그들이 70년대 디스코 풍의 음악을 하는, B급 감성을 가진 괴상한 컨셉의 밴드라고만 생각했다. 
'웨ㅔㅔㅔ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그들 특유의 의도된 싼티에 익숙해지기에는 꽤 힘들 거라고 직감했다.
 




 
그런데
대체 왜 이 영상을 보고 나잠에게 빠졌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장기하도 윤덕원도 김간지도 깜악귀도 아닌 나잠수에게 말이다.
 
<웨ㅔㅔㅔㅔ>랑 <탱탱볼>만 들었을 때는 나잠수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었는지 몰랐다 (사실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다 고만고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완전히 빠졌다 결국. 마침내. 내가 술탄에게까지 빠지게 될 줄이야. 퍼포먼스와 멜로디, 음색, 의상, 베이스 라인까지 모두 완벽하다. 
무대 영상을 찾아 볼 때면 어느새 그들의 몸동작을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다소 노골적인 노래 가사들과 술탄 멤버들의 거친 언어습관, 저질(?)스런 유머코드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글레스톤베리 영상을 보면 말하는 문장마다 비속어가 안 튀어나오는 법이 없다

 
 
 
특히 <여동생이 생겼어요>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 동시에 밀려오던 민망함이란. (나 아직 좀 순수한가봐 yay) 
하지만 꽤 익숙해진 채로 접한 <마법사 자파>는 너그럽게 웃으며 들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그녀를 자파뜨리려는 난 너무 나빠— 같은 가사 따위에도 말이다

<캐러밴>과 <숱한 밤들>, <파워 오브 오일>이 가장 좋다. 특히 <파워 오브 오일> 속 그 패기와 박력 넘치는 가사에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재력을 과시했어 그까짓 섬 하나쯤 사줄 수 있어 네 의견은 상관없어 네 마음까지 내가 사들이겠어—오, 술탄 멤버들이 정말로 오일왕 혹은 요술왕자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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