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28, 2015

팔자

 
 
 
우연히  <속사정쌀롱> 재방송을 보았다.
'가장 부러운 팔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패널은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팔자를 부러워했고,
또 다른 패널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팔자를 부러워했다
희한하게도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이자람과 조휴일이었다.
나는 돈보다는 재능을 부러워하나 보다
 
이자람은 내가 생각하는 공연예술가로써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전통 판소리를 놓지 않으면서 또 작창과 각색으로 직접 무대에 올리는 작업들. 대중들의 인정까지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누군가 내게 롤모델을 물어보면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자람'이라고 답해왔다.
지금은 글쎄. 잘 모르겠지만.
 
조휴일은 뭐, 말할 것도 없이 부럽다. 몹시 부럽다. 사실 이자람보다도 더 부럽다. 
성공한 히키코모리, 만큼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있을까. 나도 달다구리한 컵케이크 먹으러 다니고 기타에 페인트 칠하면서 음원료 꼬박꼬박 받아먹고 살고 싶다
심지어 '집에서 있지도 않은 앨범을 녹음한다고 사람들한테 뻥치고 탱자탱자 놀고만 있을 것만 같'아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사람이 한가득이다. 나를 비롯하여.
 
 
만수르나 패리스 힐튼 같은 여느 거부가 아닌 이 둘을 떠올린 것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혹은 단순한 철없음이라고 해야할까.

Tuesday, February 24, 2015

oh, sultan





올해 공연 운이 좋은 것 같다.
 
술탄의 공연을 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식일 줄은.
 
 
 
 

Tuesday, February 17, 2015

Monday, February 16, 2015

다섯 명의 요술왕자


 
 
요즘 귀가 물리도록 듣는 음악
 
 
김사월x김해원 [비밀]
혁오 - 위잉위잉
술탄오브더디스코(전체)
웁스나이스 - 민들레
크랜필드 - 파랗네
김창완밴드 [용서]
장기하와 얼굴들 - 새해복


특정 레이블을 편애하는 것도 한 곳에 쏠린 취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붕가붕가레코드'는 애정하는 밴드들이 퍽 많은 편이다. 이 레이블의 매력은 소속가수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은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게 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붕가붕가라는 레이블 이름처럼, 혹은 뮤지션들의 기나긴 이름처럼 이곳에서 생산되는 음악들도 다소 괴이하고 골때린다는 것 정도가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뭐 하여튼 아마도이자람밴드와 아침은 아주아주 사랑하는 밴드고, 불쏘클과 눈뜨고코베인과 김대중과 생각의 여름은 이따금 생각 날 때 종종 찾아듣는 편이다. 지금은 소속이 아니지만 장얼과 브콜너도 좋아했다. 
개중 제일 뒤로 밀려나있던 밴드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였다. 터번을 쓰고 유니폼을 맞춰입은 채 춤을 추는 댄스그룹이라니. 디스코 리듬은 생경했고, 율동 수준의 춤은 우스웠다. '압둘라'나 '핫산' 같은 멤버들의 이름과 디스코로 한국을 점령하기 위해 중동에서 왔다는 설정은 또 뭔가. 나는 단지 그들이 70년대 디스코 풍의 음악을 하는, B급 감성을 가진 괴상한 컨셉의 밴드라고만 생각했다. 
'웨ㅔㅔㅔ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그들 특유의 의도된 싼티에 익숙해지기에는 꽤 힘들 거라고 직감했다.
 




 
그런데
대체 왜 이 영상을 보고 나잠에게 빠졌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장기하도 윤덕원도 김간지도 깜악귀도 아닌 나잠수에게 말이다.
 
<웨ㅔㅔㅔㅔ>랑 <탱탱볼>만 들었을 때는 나잠수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었는지 몰랐다 (사실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다 고만고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완전히 빠졌다 결국. 마침내. 내가 술탄에게까지 빠지게 될 줄이야. 퍼포먼스와 멜로디, 음색, 의상, 베이스 라인까지 모두 완벽하다. 
무대 영상을 찾아 볼 때면 어느새 그들의 몸동작을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다소 노골적인 노래 가사들과 술탄 멤버들의 거친 언어습관, 저질(?)스런 유머코드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글레스톤베리 영상을 보면 말하는 문장마다 비속어가 안 튀어나오는 법이 없다

 
 
 
특히 <여동생이 생겼어요>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 동시에 밀려오던 민망함이란. (나 아직 좀 순수한가봐 yay) 
하지만 꽤 익숙해진 채로 접한 <마법사 자파>는 너그럽게 웃으며 들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그녀를 자파뜨리려는 난 너무 나빠— 같은 가사 따위에도 말이다

<캐러밴>과 <숱한 밤들>, <파워 오브 오일>이 가장 좋다. 특히 <파워 오브 오일> 속 그 패기와 박력 넘치는 가사에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재력을 과시했어 그까짓 섬 하나쯤 사줄 수 있어 네 의견은 상관없어 네 마음까지 내가 사들이겠어—오, 술탄 멤버들이 정말로 오일왕 혹은 요술왕자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Wednesday, February 11, 2015

애매한 마음 애매한 말들

 
 




친구들은 내가 여자와 연애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고 했다
뭐라 반박할 수 없어 울적해졌다



Sunday, February 8, 2015

아침에는 아침을

 
 
 
아침에는 아침을 듣자
 
 
요새는 아침에 샤워를 하며 아침achime을 듣고 있다 1집부터 셔플로 재생하곤 하는데 의외로 전혀 듣지 않던 '한밤중'과 '스윗식스틴'에 매우 꽂혀버렸다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 얼굴에 한가득 물줄기를 맞고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들으면 더 좋다 
며칠 전 알바 아닌 알바(?) 후에 다리를 제대로 풀지 않고 잤더니 종아리부터 허벅지께까지 계속 아프다 늦게나마 매일매일 멘소래담 로오션(이라고 써있다)을 바르고 있다 엄마는 지독한 감기로 이틀을 고생했다 나는 그럼에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절뚝거리며 공연과 전시를 다녔다 어제는 홍대 오늘은 종로.
 
 
 
 
 
무브홀의 음향은 끝내줬다, 정말로.
하현우의 성량이 째지지도 깨지지도 않고 오롯이 전달되는데
귀가 다 녹아버리는 기분이었다 그의 표정이 어쩐 일인지 즐거워보여서 좋았다 나도
 
 
 
 
 
 
 
 
 
 
 
 
 
 
 
린다매카트니의 사진전은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소문만큼은 아니었다 모르겠다 사람이 우글우글 몰리는 것에 극도로 경멸을 느끼는 내 이상한 성격 때문에 제대로 된 감상을 하지 못한 것일수도. 다만 믹 재거의 사진을 볼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몇 장의 사진에서 사람의 성격이 다 드러난다는 게 참 신기하다 닐 영이랑 제니스 조플린 여사님의 사진도 따뜻하다
 
사람이 없는 평일 오전에 한번쯤 더 갔다와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내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지
 
 
 
 
바로 이들. 김사월X김해원.
둘 모두 좀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말주변이 없었다
아주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면서 신중히 단어를 고르고 골라가며 내뱉는데 내 입이 다 근질거렸다 물론 그마저도 매력적이지만. 
김해원은 자꾸 전여자친구를 언급해 실없는 웃음을 유발했고 김사월은 수줍어서 발게진 얼굴로 짤막하게 곡 소개만 했다
 
 
지옥으로가버려, 사막 part 2, 사의찬미
는 내마음대로 오늘의 best. 또 듣고 싶다. 라이브로.
 
 
 
공연이 끝나니 저녁이 되어있었다 무리에 떠밀려 우르르 나오는데 바깥에 놀이공원의 그것마냥 아주아주 긴 대기 줄이 늘어서있었다 미술관 안에도 사람이 바글댔다 그 정도의 전시회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미술관 외관 사진을 몇 방 찍고 길을 나섰다
 
 
 
 

Friday, February 6, 2015

쓰러져 울고 있는 봄


 
 
 
더 핀 노래를 듣고있다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예전에 쓰던 mp3 속 노래들을 훑어보다가 발견했다 덕분에 올 겨울에는 이들의 노래를 참 많이 들었다 '이 겨울 끝은 눈보라'는 여전히 참 싱그럽다 멜로디는 또 왜이렇게 발랄한 건지. 자신에게 닥쳐올 일도 모르고 까불거리는 소년같다

푸릇푸릇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쓸쓸해졌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게 느끼는 감정 비슷한 어떤 것이랄까 
사실 나는 이제 달빛요정의 노래도 잘 듣지 않는다 그의 경쾌한 목소리가 왠지 그 스스로를 그리고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 같아서.

언젠간
이들의 3집을 듣게 될 수 있을까


겨울이 다 끝나가네


Wednesday, February 4, 2015

Sunday, February 1, 2015

소프트아이스크림의 맛이 나는







김사월은 예쁘고 김해원은 나를 죽인다
노래를 듣다가 숨이 턱, 하고 막힌다는 느낌을 받은 건 오랜만이었다
목소리 숨소리 끈적끈적 관능적인 멜로디까지 내 심장에 취향 저격 탕탕 제대로.

김해원 목소리가 너무너무 좋다 '날 안아줘'라고 나긋이 속삭이지만 정작 내가 먼저 달려가 안기고 싶은 걸 목소리만으로 이렇게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