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람은 내가 생각하는 공연예술가로써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전통 판소리를 놓지 않으면서 또 작창과 각색으로 직접 무대에 올리는 작업들. 대중들의 인정까지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누군가 내게 롤모델을 물어보면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자람'이라고 답해왔다.
지금은 글쎄. 잘 모르겠지만.
조휴일은 뭐, 말할 것도 없이 부럽다. 몹시 부럽다. 사실 이자람보다도 더 부럽다.
성공한 히키코모리, 만큼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있을까. 나도 달다구리한 컵케이크 먹으러 다니고 기타에 페인트 칠하면서 음원료 꼬박꼬박 받아먹고 살고 싶다
심지어 '집에서 있지도 않은 앨범을 녹음한다고 사람들한테 뻥치고 탱자탱자 놀고만 있을 것만 같'아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사람이 한가득이다. 나를 비롯하여.
만수르나 패리스 힐튼 같은 여느 거부가 아닌 이 둘을 떠올린 것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혹은 단순한 철없음이라고 해야할까.
'붕가붕가레코드'는 애정하는 밴드들이 퍽 많은 편이다. 이 레이블의 매력은 소속가수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은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게 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붕가붕가라는 레이블 이름처럼, 혹은 뮤지션들의 기나긴 이름처럼 이곳에서 생산되는 음악들도 다소 괴이하고 골때린다는 것 정도가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뭐 하여튼 아마도이자람밴드와 아침은 아주아주 사랑하는 밴드고, 불쏘클과 눈뜨고코베인과 김대중과 생각의 여름은 이따금 생각 날 때 종종 찾아듣는 편이다. 지금은 소속이 아니지만 장얼과 브콜너도 좋아했다.
개중 제일 뒤로 밀려나있던 밴드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였다. 터번을 쓰고 유니폼을 맞춰입은 채 춤을 추는 댄스그룹이라니. 디스코 리듬은 생경했고, 율동 수준의 춤은 우스웠다. '압둘라'나 '핫산' 같은 멤버들의 이름과 디스코로 한국을 점령하기 위해 중동에서 왔다는 설정은 또 뭔가. 나는 단지 그들이 70년대 디스코 풍의 음악을 하는, B급 감성을 가진 괴상한 컨셉의 밴드라고만 생각했다.
'웨ㅔㅔㅔ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그들 특유의 의도된 싼티에 익숙해지기에는 꽤 힘들 거라고 직감했다.
그런데
대체 왜 이 영상을 보고 나잠에게 빠졌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장기하도 윤덕원도 김간지도 깜악귀도 아닌 나잠수에게 말이다.
<웨ㅔㅔㅔㅔ>랑 <탱탱볼>만 들었을 때는 나잠수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었는지 몰랐다 (사실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다 고만고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완전히 빠졌다 결국. 마침내. 내가 술탄에게까지 빠지게 될 줄이야. 퍼포먼스와 멜로디, 음색, 의상, 베이스 라인까지 모두 완벽하다.
무대 영상을 찾아 볼 때면 어느새 그들의 몸동작을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다소 노골적인 노래 가사들과 술탄 멤버들의 거친 언어습관, 저질(?)스런 유머코드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글레스톤베리 영상을 보면 말하는 문장마다 비속어가 안 튀어나오는 법이 없다
특히 <여동생이 생겼어요>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 동시에 밀려오던 민망함이란. (나 아직 좀 순수한가봐 yay)
하지만 꽤 익숙해진 채로 접한 <마법사 자파>는 너그럽게 웃으며 들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그녀를 자파뜨리려는 난 너무 나빠— 같은 가사 따위에도 말이다
<캐러밴>과 <숱한 밤들>, <파워 오브 오일>이 가장 좋다. 특히 <파워 오브 오일> 속 그 패기와 박력 넘치는 가사에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재력을 과시했어 그까짓 섬 하나쯤 사줄 수 있어 네 의견은 상관없어 네 마음까지 내가 사들이겠어—오, 술탄 멤버들이 정말로 오일왕 혹은 요술왕자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요새는 아침에 샤워를 하며 아침achime을 듣고 있다 1집부터 셔플로 재생하곤 하는데 의외로 전혀 듣지 않던 '한밤중'과 '스윗식스틴'에 매우 꽂혀버렸다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 얼굴에 한가득 물줄기를 맞고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들으면 더 좋다
며칠 전 알바 아닌 알바(?) 후에 다리를 제대로 풀지 않고 잤더니 종아리부터 허벅지께까지 계속 아프다 늦게나마 매일매일 멘소래담 로오션(이라고 써있다)을 바르고 있다 엄마는 지독한 감기로 이틀을 고생했다 나는 그럼에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절뚝거리며 공연과 전시를 다녔다 어제는 홍대 오늘은 종로.
무브홀의 음향은 끝내줬다, 정말로.
하현우의 성량이 째지지도 깨지지도 않고 오롯이 전달되는데
귀가 다 녹아버리는 기분이었다 그의 표정이 어쩐 일인지 즐거워보여서 좋았다 나도
린다매카트니의 사진전은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소문만큼은 아니었다 모르겠다 사람이 우글우글 몰리는 것에 극도로 경멸을 느끼는 내 이상한 성격 때문에 제대로 된 감상을 하지 못한 것일수도. 다만 믹 재거의 사진을 볼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몇 장의 사진에서 사람의 성격이 다 드러난다는 게 참 신기하다 닐 영이랑 제니스 조플린 여사님의 사진도 따뜻하다
사람이 없는 평일 오전에 한번쯤 더 갔다와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내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지
바로 이들. 김사월X김해원.
둘 모두 좀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말주변이 없었다
아주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면서 신중히 단어를 고르고 골라가며 내뱉는데 내 입이 다 근질거렸다 물론 그마저도 매력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