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갔던 너트 공연 중 가장 길었고, 더웠고, 습했고,
미쳐있었던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이지 몇몇 무대들은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라이브가 희귀한 '만성피로'와 '묘비명' '로즈뱅'은
똑똑히 머릿속에 남겨두었다는 것.
가장 최애곡인 '펑크걸'과 '순이 우주로' 또한.
정말정말 좋았다, 라는 것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이 참 애석하다
앵콜 때의 '다죽자'는 시간이 아주 흘러도 영영 잊지 못할 것만 같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 소년 같았던 캡틴도 (하지만 엉덩이는 이제 그만 드러내세요),
당최 그 긴 시간 동안의 무대를 어떻게 감당해내는 건지 신기할 정도로 마른 박윤식과 그의 가느다란 손목도,
양주를 쉴새없이 퍼부어마셔대던 족귁 아즈씨도,
말을 버벅거리며 씩 웃던 이상혁도,
일주일 뒤에 뺄 거라며 수줍게 드러내보이던 이상면의 뱃살도,
만취한 채로 캡틴의 머리에 맥주를 쏟아붓던 갤익의 이주현과 박종현 또한.
공연이 모두 끝나고 멤버들이 모두 무대 가장자리까지 나와
일일이 팬들의 손을 잡아주고 인사를 해주었다.
그 눈빛들은 몹시 따뜻했고,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스물두살 여자애에게 퍽 많은 영향을 끼쳤던 8여년의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간 공연을 가지 않아 근질근질했던 배가 싸아아, 하고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뜻밖의 수확.
국텐이 부르는 '말달리자'는 정말 의외의 귀호강이었다.
이들도 언젠가 이십주년이 되어 기념 공연을 하겠지
p.s
우리 모두 '입닥치고 펑크록!'
핀버튼이 주렁주렁 달린 가방은 보기만해도 마음이 풍요로와진다
몇몇 밴드의 것만 더 추가하면 여한이 없겠는걸─
p.s 2
캡틴이 어제 오늘 셋리스트가 '존나' 다를 거라고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오늘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유원지의 밤' '뜨거운 안녕' '개가 말하네' 를 했다고.
진즉에 양일 예매 안 한 과거의 나를 탓해야지 어쩌겠나.
속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