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무슨 욕구불만인지
요새 꿈에 남자들이 한트럭씩 등장한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부터 얼굴만 알던 선배, 편의점에 자주오는 손님, 연락이 끊긴 학교 동창에 심지어 엊그제 밤에는 예전 남자친구도 나왔다 오도함은 두번이나 등장했고 그 중 하나는 매우매우 야한 꿈이었다
그리고 엊그제는 권나무 쌤이 나왔다 꿈에 연예인이 등장해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꿈을 꾼 후로 자꾸 밟힌다
언젠가 꼭 공연에 가야지
23일
머리 자르고 싶다 정말 머리카락이라는 건 인생 최대의 그리고 최악의 난제인 것 같다 오늘은 가방을 사러 서울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가 정말정말로 예쁜 여성분을 보았고 나는 한참 동안이나 그분의 가느다란 목덜미와 그 뒤에 가지런히 자리잡은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뻗친 것 하나 없이 단정하고 아름답게 출렁이는 머리카락들
25일
코를 하도 풀어서 콧구멍이 다 헐어버릴 지경이다
언제부터인가 목 한쪽도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생강을 다려야 할 때인가보오
아 애증으 계절
26일
새우를 능숙하게 잘 발라내는 남자를 만날 것이다
29일
여행준비는 느리지만 조금씩 되고 있다. 아르바이트는 조만간 그만둘 것 같고, 교통 예약은 대부분 마쳤다.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경로를 짜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밤에는 요상한 꿈을 꾸었다 유럽에 가는 꿈이었는데 꿈 치고는 아무런 편집도 생략도 절정도 없었다 나는 여행의 그 지루하고도 힘겨운 순간들을 온전히 다 겪었다 아무리 잠을 자고 꿈을 꾸어도 나는 유럽 땅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그 날 밤 전부를 나리타에서 헬싱키 가는 비행기에 오르는데만 다 써버렸다 꿈이라지만 몹시 지쳤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 뻣뻣하게 굳어진 어깨를 펴느라 애를 먹었다
현실은 얼마나 더하려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 전이고 슬기와 나는 좋은 것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걱정거리들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어머니는 여행 중 통화를 매일 할 수 없을테니 사진 찍은 것과 그날의 일기들을 블로그나 sns에 올렸으면 좋겠다며 은근한 '강요'를 했다 하지만 친애하는 나의 가족에게 인스타 계정을 공개하는 부끄러운 사진들이 너무 많고 이 곳은 사적인 이야기들이 한가득이니 결국 여행중에는 임시로 네이버 블로그를 열기로 했다
음 내일은 도서관 문을 여는 날
책을 두 권 빌릴 것이다